written by 최현우

제1장 문해력이란 무엇인가?(학교 속의 문맹자들, 읽고 쓰지 못하는 아이들)

용어 정의부터 하고 갑시다. 문맹이라는 낱말에서 출발해 보겠습니다. 네어버 국어사전은 문맹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배우지 못하여 글을 읽거나 쓸 줄을 모름. 또는 그런 사람. 문해는 문맹의 반대쪽 어딘가에 있겠지요. “글을 읽고 이해함.” 이라고 국어사전에 적혀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그리고 오늘 이야기에서의 문해력이라는 용어에 대해 확실하게 정의내리고 가는 것이좋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문해력은, 그리고 이후 언급할 문해력은

<aside> 🔊 해독 decoding 문자 패턴을 말소리로 풀어내는 것

단어 재인 word recognition 말소리로 변환한 문자 정보의 1차적 의미 인식

독해 comprehension 찾아낸 어휘의 뜻을 맥락과 연관 지어 이해. 글의 의미를 재구성.

이 세 가지 과정을 자동으로 수행해 내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aside>

유네스코는 1950년대에 이미 문해력을 두 가지 수준으로 구분하였는데, 단순한 메시지를 읽고 쓰는 최소 수준 문해력과 사회적 배경 안에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인 기능적 문해력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가 나눌 이야기는 기능적 문해력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2장 그놈의 문해력이 왜 그리 중요한데?

문해력이 중요한 이유는 요새 너무나도 많은 책과 매체에서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강조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사실 문해력은 있으면 좋은 능력이 아니라 없으면 손해가 막심한 능력이라고 봐야 합니다.

문해력이 부족할 경우 당장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모든 교과는 문자 언어가 바탕입니다. 예체능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영어 등의 외국어도 모국어가 바탕입니다. 문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부를 제대로 따라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수업 자체가 고통이 됩니다. 유별나게 공부에 흥미 자체가 없는 학생들이 교실마다 한두 명씩은 있을 것입니다. 이들은 공부에 흥미가 없어서 수업을 듣지 않거나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 내용을 알아듣지 못해서 공부에 흥미가 없어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부족한 문해력 때문에요.

문해력이 부족하면 고등 사고를 할 수 없습니다. 고등 사고는커녕 쉬운 대화조차 어렵습니다. ‘몰라요, 그냥요’ 라는 말을 유달리 자주 쓰는 아이들을 경험하셨을 겁니다. 그 아이들은 왜 그 말을 그렇게 많이 쓸까요? 어휘력이 너무 부족해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각종 공지문, 설명서, 계약서, 공문서 등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이 문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복약지도서를 읽고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성인이 많습니다. 조립설명서, 사용설명서를 봐도 이해를 못합니다. 유튜브를 찾지요. 계약서를 읽어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알지 못합니다. 자신에게 치명적인 독소 조항이 있는지도 모르고 서명을 하지요.

직장인에게도 매우 중요한 능력입니다. 업무에서 요구되는 문제해결, 의사결정, 협상 등과 같은 핵심 역량의 기본 토대가 바로 문해력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업무와 비즈니스는 여러 가지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좌우하는 것 역시 문해력입니다.

매튜이펙트. 마태효과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조병영 교수는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글이라는 것을 통해서 표현되고 설명되고 소통도 이루어진다. 글을 정확하게 읽고, 비판적-분석적-창의적으로 읽기 위해서는 문해력이 확실하게 갖춰져야 한다. 동시에 미래 사회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것들을 요구할 텐데, 문해력을 갖춘 여러 개인이 협력하여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때 그것이 최상의 미래 사회로 나아가는 방법이 된다.”

핀란드 수학교과서 3-1 문제

중학교 1학년 사회 교과서 본문

2019년 수학 나형 문제

제3장 그렇다면 그 문해력은 어떻게 길러지는가?(EBS 당신의 문해력)

영아기의 아이들은 글도 모르고 말도 못하지만, 부모가 들려주는 소리를 통해 단어를 인지하고 그것을 통해 사물을 구분합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바로 문해력의 뿌리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어주고 책을 읽어주는 것은 문해력의 뿌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좋은 방법입니다.

아기들은 생후 2~3개월에 옹알이를 시작해 6~7개월 무렵에 단어를 의사소통을 하기 시작합니다. 엄마만 알아들을 수 있는 옹알이를 하다가 어는 순간 ‘맘마’와 같은 자음과 모음이 결합된 단어를 발호하기 시작하는 이때가 바로 ‘말문이 트이는’ 시기인 것입니다. 이후 유아기 초기인 만 3세 시기에는 어휘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단어를 연결해 문장을 말할 수 있는 실력에까지 이릅니다. 아이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개 만 3세가 되면 언어 구사 능력이 어른의 70퍼센트까지 발달합니다.

생후 48개월 무렵은 문해력의 씨앗이 싹트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는 뇌에서 언어를 담당하는 두 개의 주요 영역인 ‘베르니케’ 영역과 ‘브로카’ 영역이 획기적으로 발달합니다. 베르니케 영역은 단어를 적절히 활용해야 할 때 활성화되며, 브로카 영역은 문법을 적절히 활용해야 할 때 활성화됩니다. 그래서 만 4세 이후부터 아이들은 문장과 문장을 연결해 말할 수 있게 됩니다.

만 4세에 문해력의 씨앗이 잘 자라도록 해 주려면 아이가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더라도 정확한 발음과 표현을 해주며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해 주어야 합니다. 꾸준히 책을 읽어주며 허용적인 질문과 답변을 서로 주고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입니다.

한 줄 요약: 아주 공들이면 아름다운 결과가 나온다.

제4장 현실은?(나의 사고 & 경험)

시대의 변화

제가 어렸을 때를 되돌아봅니다. 학교 갔다가 집에 가방을 던져 놓고 동네 놀이터에 놀러 갑니다. 하루 종일 놀고 저녁까지 놀고 있으면 엄마들이 밥 먹으러 오라고 아이들을 부릅니다. 그러면 하나 하나 집으로 갑니다. 저녁을 먹고 재수가 좋으면 만화 영화라도 하나 얻어 볼 수 있지만 아빠가 뉴스를 틀어버리면 할 게 없습니다. 동생이랑 놀던가 책을 보던가. 봤던 책을 또 보고 또 보고 책이 해질 때까지 봤습니다. 할 게 딱히 없으니까요. 요새 애들은 어떤가요? 책을 볼 필요가 있을까요? 책 말고도 재미있는 것이 널려 있습니다. 글을 읽는 것은 상당히 피곤한 일입니다. 유튜브, 게임, 카톡 등 피로하지 않은 놀거리들이 널려 있는데 굳이 수고를 들여가며 책을 읽을 이유가 있을까요? 정말 극소수의 아이들 외에는 스스로 책을 읽을 일이 없습니다.

문해력이란 것은 일종의 기능입니다. 일부러 기르지 않고 유지하기 위해 연습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기능입니다. 운전, 자전거 타기, 스키 등과 매우 유사합니다.

<aside> 🔊 처음 운전을 배울 때 기억나십니까?

클러치, 브레이크, 엑셀러레이터, 기어봉, 핸들, 방향지시등을 조작해야 하고,

전방, 룸미러, 백미러를 살펴야 합니다. 숄더체크도 틈틈이 해야 하지요.

시속 20km로 달리는 것도 힘이 듭니다. 너무 빠르죠. 경치요? 앞만 보고 가기에도 바쁩니다. 옆에서 말 걸면 짜증이 확 납니다. 여유라는 것은 전혀 없습니다.

몇 년 지나면 어떤가요? 고속도로를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면서 옆자리에 앉은 친구와 수다를 떨면서 네비게이션을 조작하고, 핸드폰의 문자 메시지도 확인하면서 들을 노래를 고를 수도 있습니다.

</aside>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몇 년 지난다는 사실입니다. 운전면허증을 장롱 속에 고이 넣어둔 채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몇 년 동안 운전을 꾸준히 자주 했을 경우에 가능한 얘기입니다. 결국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문해력은 운전보다 훨씬 고차원의 기능일텐데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습니다. 결과는 자명합니다.

교사 앞에 나타는 문맹자들(학교 속 문맹의 유형_학교 속의 문맹자들)

우리 앞에는 매년 문맹자들이 나타납니다. 잘 읽고 잘 쓰는 아이들은 계속 잘할 수 있도록 놔두면 됩니다. 우리는 힘들어 하는 아이들에게 집중하면 됩니다. ‘부모는 뭐했나, 낳기만 하면 부모냐, 어떻게 애가 저 지경이 될 때까지 뒀단 말이냐, 지금부터라도 부모가 더 늦기 전에 신경 써야 된다’ 라고 생각하지만 저 지경이 될 때까지 둔 부모는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입니다. 부모를 욕하고 한탄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아까 언급한 아름다운 문해력 발달의 과정을 늦게나마 거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다고 생각하면서요.

  1. 해독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
  2. 독해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
  3. 나쁜 읽기 태도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

교사 앞에 나타나는 문맹자는 세 가지 정도의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각 단계에 맞는 훈련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교사는 각 단계에 맞는 훈련이 어떤 것인지 잘 모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아이들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의지가 없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교사도 의지가 없습니다.

5장 안 그러면 대체 어쩔래?(읽고 쓰지 못하는 아이들)

국어 수업

초등학교 1~3학년,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해독에 집중하는 시기입니다. 소릿값을 알고, 각 음절 글자를 익히고, 단어를 읽고, 문장을 소리 내어 읽는 시간을 거쳐 정확하고 유창하게 읽는 데 목표를 두는 시기입니다. 글자를 정확하고 유창하게 읽는 것에 익숙해지면 언어의 해독이 자동으로 처리되는 단계에 다다르는데 이것을 ‘언어 처리의 자동화’라고 합니다.

해독에 집중하는 시기에는 글자의 모양과 소리를 파악하느라 내용에는 주의를 기울일 수 없습니다. 문장을 소리 내어 읽다 보면 글자에 집중하느라 내용을 얼른 쉽게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그래서 해독 단계에 있는 아이에게는 해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독해를 요구하지 말아야 합니다. 언어 처리의 자동화 단계에 이르러야 비로소 내가 읽는 내용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해독이 완전히, 그것도 자동으로 된 다음에야 독해도 가능합니다.

독해를 해야 할 상황에서는 교사가 해독의 과정을 수행해주면 됩니다. 즉, 독해를 해야 할 때는 교사가 책을 읽어주고, 내용 파악을 위한 질문을 던지며, 아이의 대답을 징검다리 삼아 이야기를 이어가면 됩니다.

독서 교육: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하지 말자.

제6장 나의 작은 노력들

복도서관: 책은 가까이에 있어야. 군중심리. 성공적. 일정 규모 필수.

책발자국: 싫지 않은 독서기록장. 지속가능성 없음.

후배들 책 읽어주기: 과정과 결과 모두 아름다우나 교사가 너무 귀찮음. 어떻게 자동화시킬까.

낭독 기록: 자신이 읽는 글을 들어볼 수 있도록.